초거대 위협, 저자 누리엘 루비니

496번째 독서요약 입니다.
본 녹음은 타입캐스트를 이용하였으며, 녹음 캐릭터로는 저는 “에밀리”이고,
저는 "희연" 이고,
저는 "기흥" 이고,
저는 "태오" 입니다.
■ 키워드
경제위기,경제침체,통화붕괴
■ 책 정보
- 제목 : 초거대 위협
- 저자 : 누리엘 루비니
- 출판일 : 2023년 2월 13일
■ 상상빌더 한줄 요약
경제 침체가 올지 궁금하면 읽어 보세요.
■ 책 소개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이자 가장 논쟁적인 예측가,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가 돌아왔다. 전작 《위기 경제학》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에는 《초거대 위협》이라는 제목대로 오늘날 전 세계에 드리운 ‘거대한 위협’ 10가지를 해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10가지 위기와 그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꼽는 10가지 위험 요소는 다음과 같다. 부채 증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정책과 과도한 양적 완화가 불러온 결과,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탈세계화, 미중 갈등, 고령화와 연금 부담, 불평등 심화와 포퓰리즘의 득세, AI의 위협, 기후 위기. 개별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는데, 현재는 물론 짧게는 앞으로 20년간 큰 파장을 불러올 각각의 사안은 상호 영향을 끼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루비니 교수가, 지금이 1930년대 대공황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보다 형편이 좋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학계뿐만 아니라 IMF, 미 재무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근무하며 40여 년 동안 거시경제와 세계경제를 연구해온 그는 1부와 2부에서 현상 진단과 원인 분석을 진행한다. 10개의 장에서 앞서 언급한 ‘초거대 위협’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3부에서는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의 장점은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다는 점 그리고 읽기 쉽다는 점이다. 거시경제는 물론 국제관계 전문가인 저자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금융 체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제 관계의 변화, 인구 변동, 기술의 발전까지 다양한 사안을 접근한다. 방대한 기록과 사실관계 검토를 통해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데, 수리 모델에 기초하고 있지 않아서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물가와 금리, 내수와 무역, 주식과 부동산 등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거장의 통찰이 곳곳에 담긴 이 책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점이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 책에서 얻은 내용
○ 이 책은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10가지 초거대 위협을 탐구한다. 이런 초거대 위협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면 이것들이 어떻게 서로 겹치고 서로 강화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채 축적과 부채의 덫,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정책과 금융 위기, 인공지능(AI)과 업무 자동화, 탈세계화,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충돌,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소득 불평등과 포퓰리즘, 세계적 유행병과 기후 변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각각의 문제들은 또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된다. 하나의 위협은 그저 골칫거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발생하는 10개의 초거대 위협은 그보다 훨씬, 훨씬 심각한 문제다.
○ 실제로 2022년 봄, 그 어느 때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국제통화기금의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와 동료 두 사람은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험”에 들기 직전에 있으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의 합류 지점’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 금융 민주화는 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신용 비용을 낮추지만 동시에 당연히 거쳐야 할 엄격하고 철저한 검토 행위를 생략한다. 2000년대 초반에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저렴한 부채로 집을 사기 위해 부동산에 몰려들었다. 차후 이와 관련해 600쪽에 이르는 〈금융 위기 조사 보고서〉와 그 외 수많은 보고서가 쏟아졌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낮은 금리와 비디오게임을 닮은 주식거래 앱 덕분에 초보 투자자도 새로운 변명거리와 대출 수단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앱들은 기업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식과 내재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를 홍보한다.
○ 과도한 자본 차입은 2022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은 ‘고수익’ 채권이 안전 채권보다 더 많이 지불하던 가산금리를 급격히 올렸고, 따라서 ‘비우량’ 채권에 의존하던 레버리지 회사들의 차입 비용을 크게 늘렸다. 그러자 채무불이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에서 부채 거품이 터질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다음에 다가올 충격은 우리를 그 위에서 완전히 밀어버릴 것이다.
○ 도시 곳곳에 무료 급식 줄이 길게 늘어섰던 시절이었지만 경제는 오히려 더 건전했다. 왜 그랬을까? 세계 경제가 흔들리기는 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간과되는 사실이지만 당시 폭락한 증시와 배고픈 사람들에겐 두 가지 중요한 이점이 있었다. 즉 그 시절의 선진 국가들은 부채가 적었고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았다. 미국은 돈을 빌리고 이를 증가하는 과세 수입으로 상환할 수 있었다. 사회보장제도(1965년에 통과)는 퇴직 노동자가 연금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었다. 노동력이 계속 증가하는 한 퇴직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의 기금도 함께 증가했다.
○ 우리는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는 은퇴 및 장애인 노동자 1인당 5명의 현역 노동자가 있었다. 미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09년에 3 대 1 이하로 떨어졌고 2030년에는 2 대 1까지 하락할 것이다.
○ 물론 실제 인플레이션은 끊임없이 변동한다. 그러나 이 원리는 일관적이다. 탄탄한 실질소득 증가와 인플레이션이 수반된다면, 부채가 명목소득 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지만 않으면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급증하는 부채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부채를 빠르게 덜어낼 수 있지만 새로운 차입자와 상환을 연기하는 차입자는 지속 불가능한 금리를 지불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 실제로 2019년 1월이 되자 연준은 다시 방향을 수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몇 달이 지나자 시장은 회복의 기운을 잃기 시작했다. RP라고도 부르는 환매조건부채권 같은 이색 금융상품들이 자본 시장에서 차단되었다. 연준은 통상적인 방식으로 경기침체에 대비했다. 금리를 2퍼센트 밑으로 낮추고 양적 완화를 재개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가 모든 것을 바꾸기 약 1년 전부터 연준은 약간의 긴축 정책도 버티지 못했다. 그들은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
○ 미국과 다른 선진경제국들이 1970년대에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본질적 원인은 무엇일까? 간단히 대답하자면 바로 석유파동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억제책을 풀어준 잘못된 정책의 결합이었다.
○ 나를 반대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저명한 전문가들이 “그렇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더더욱 걱정스러울 뿐이다. 누구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눈앞에 닥친 문제에서 부정적인 면을 무시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2020~2021년에 우리는 이미 현금과 신용이 넘쳐나는 금융 및 경제 시스템에 막대한 양의 돈과 재정 부양책을 쏟아붓고 있었다. 자산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데 막상 가장 많은 것을 잃을 투자자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본다면 그들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돈을 본다.
○ 양적 완화는 서구 세계가 대침체에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회복 속도가 매우 느렸고 의회와 다른 입법부의 연방 지출이라는 또 다른 도움이 필요했다. 진짜 문제는 이 모든 연방 지출이 강력한 성장으로 이어질 단기 해결책인지, 아니면 부채의 증가 때문에 경제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장기적인 목발에 불과한지 하는 것이었다. 대침체의 회복은 너무 느렸고 오래 걸렸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그런 다음 팬데믹이 찾아왔다. 2020~2021년 2년 동안 연준은 최저금리, 양적 완화 그리고 새롭게 발명한 신용 완화 및 대출 도구를 통해 금융기관과 미국의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기존의 4조 3,1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 이상 증가한 8조 6,600억 달러로 확대했다. 위험 감수 성향은 한층 늘었다. 2021년에 연준은 재무부 증권 한 부문만으로 ‘매월 800억 달러’를 빨아들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하루 약 150억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창출했다.
○ 무역 규제는 주로 상품 이동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주와 자본의 이동도 함께 둔화되었다. 일부 논평가들은 무역 전쟁이 대공황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겠다. 제조업 생산량은 20퍼센트 감소했고 국가 간 무역은 60퍼센트 감소했다. 그러나 대공황 때는 적절한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수천 개의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등 다른 원인이 있었다. 따라서 무역 규제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지만 대공황을 필요 이상 길고 심각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 데이터를 자세히 검토해보면 중국과 인도 또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선진국의 대부분 일자리를 훔쳐 갔다는 주장이 모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널리 퍼져 있는 이런 믿음과 달리 실제로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은 세계화가 아닌 첨단기술의 희생양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무역이 제조업 일자리 대부분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그들의 저서 《제2의 기계 시대》에서 고용시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일축했다. 그들은 놀라운 기술발전으로 오히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리라 예측한다. 농업과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도 과연 누가 전자와 데이터 처리 또는 통신 분야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일리 있는 말이다. 다만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하는 것과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제조업의 쇠퇴와 서비스업의 부상으로 생겨난 좋은 일자리들은 힘이 아니라 두뇌를 필요로 했다. 누구나 지식노동자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지식에 대한 독점권을 잃었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꿈꾸고 원하는 일들을 인간의 두뇌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고 유능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을 위한 일자리도 분명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 직업을 원할까?
○ MIT의 대런 애스모글루와 보스턴대학교의 파스쿠알 레스트레포는 로봇공학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도입됨으로써 발생한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은 노동자 1,000명당 로봇이 한 대 추가될 때마다 고용은 0.2퍼센트, 임금은 0.5퍼센트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별로 큰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추세가 계속 지속된다고 생각해보라. 일자리와 소득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자동화가 그런 흐름을 역전시킨다면 우리는 어떻게 전진할 수 있겠는가?
○ 사람들이 적게 벌수록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다. 기술 혁신은 자본집약적이고 고숙련 기술에 편향되어 있으며 노동절약적이다. 당신이 기계를 소유하고 있거나 인적자원 분포의 상위 5퍼센트에 속한다면 AI는 당신을 더욱 부유하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저숙련 노동자나 중숙련 블루칼라 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라면 AI는 당신의 임금을 낮추고 당신의 직업을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이런 추세는 사회적 안정이 사람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보편적 기회의 존재에 의존하는 선진경제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미중 간 새로운 냉전이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현실을 재편해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 새로운 규칙을 세울 수도 있다. 이 냉전에서 두 국가는 상대와 맞서기 위해 동맹국에 의존할 것이다. 미국은 유럽에는 NATO 동맹국이 있고 아시아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이 있으며 이제는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인도와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측에는 러시아와 이란, 북한, 파키스탄을 비롯한 유사 동맹국이 있는데, 이들 모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경제, 금융, 지정학적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들이다. 따라서 서방 세계와 중국 및 그 동맹국 사이에 광범위한 냉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최악의 경우 원시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토양이 검게 타오를 것이다. 사막이 널리 확장되고 화재로 지역사회가 소멸한다. 허리케인은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할 것이며 토네이도는 기존보다 훨씬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공급망이 붕괴하고 부정적 충격으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부는 증발할 것이며 사람들의 이동이 기념비적인 규모로 발생할 것이다. 오늘날의 기후 변화에서 초거대 위협을 보지 못한 이들은 어째서 행동할 기회가 있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 거품은 조만간 터질 것이다. 문제는 디스토피아가 과연 도래할 것인가가 아니다. 언제 거품이 터질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줄 것인가다. 최근 대규모 자산 거품이 폭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이다. 정책입안자들은 막대한 통화와 신용 및 재정 자원을 거의 소진해버렸다. 정책 총알을 다 써버린 까닭에 다음에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궁지에 몰린 가계와 기업, 은행, 중산층을 구제하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처음에는 거짓과 위선을 퍼트리는 독재 정권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도구로 여겨졌던 소셜미디어는(‘아랍의 봄’과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이집트 정부에 대한 저항이 기억나는가?) 점점 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공격을 조장하고 인종차별적 폭력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나 미얀마의 로힝야 대학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이 트랜스포머 기술로 사람들의 생각을 조작하는 방법을 정교하게 발전시키면서 가속화될 것이다.
○ 한편으로 높은 경제 성장은 세계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많은 부채 문제를 완화할 것이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국내든 해외든, 가계든 기업이든 부채의 지속 가능성은 차입자의 소득에 달려 있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부채의 증가 속도를 능가할 수 있다면 현재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많은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성장은 최고의 해결책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성장을 가속화하는 첨단기술에 달려 있다.
○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종식된 후에는 집단적 위험의 성격이 바뀌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인류가 진화의 저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역사의 종말이었다. 우리는 이제 제3차 세계대전 대신 비만처럼 덜 실존적인 위협을 걱정해야 했다. 수십 년의 냉전 기간에 경제 위기와 경기침체는 비교적 경미하고 짧았으며 치명적인 금융 붕괴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후 변화는 전문가들의 눈에만 보였다. 과학과 기술은 경제적 기회와 새로운 산업을 촉진했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은 그저 SF 소설의 소재에 불과했다.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당과 후보자 간의 정치적 경쟁은 있어도 폭력 사태는 거의 발발하지 않았다. 서구 사회에는 민족과 문화, 종교적 다양성이 있었다. 이민도 국민성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민간 및 공공 부채의 비율은 대부분 낮았다. 심각한 부채와 금융 위기는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예외적인 사건일 뿐이었다. 어쩌면 나도 일을 열심히 잘하기만 한다면 평생 안정적으로 일하다 때가 되면 은퇴해서 연금을 받으며 살 것이라는 확신으로 의사나 변호사, 은행가 또는 지금처럼 경제학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나는 금융기관들이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좋은 회사들이 성장하고, 안정적인 달러와 다른 통화가 내 저축의 가치를 유지해줄 것이라 믿었다. 서방 정부들은 경기침체와 심각한 금융 위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제 공했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자유, 법치주의, 에너지 안보 및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 나는 지역 분쟁이 세계 전쟁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고, 인공지능 로봇이 내 기술을 능가해 나를 대체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그 모든 갈등과 위협,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75년이 일반적인 게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에 불과했다면? 지난 4분의 3세기가 예외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탓에 우리가 향후 수십 년도 과거와 똑같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게 되었다면? 우리는 한 세기 전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을 잊은 게 아닐까? 20세기가 시작되고 처음 40년 동안 우리는 세계대전과 1918~1919년의 치명적인 스페인 독감, 탈세계화와 초인플레이션, 대공황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는 대규모 무역 전쟁과 금융 및 부채 위기, 디플레이션을 가져왔다. 뒤이어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부상했고 군사적으로 공격적인 정권인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가 탄생해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
○ 우리는 다가오는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에서 나는 서로 연결된 10개의 초거대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부를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여러 개의 미래를 두 가지로 간단히 줄여 제시했다. 이 두 가지 전망은 불확실한 미래의 각각 극단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불행히도 두 시나리오 중에서 조금 더 가능성이 있는 것은 디스토피아로 보인다. 초거대 위협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기에 해결이 시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역설이란 관심을 끌기 위해 물구나무선 진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초거대 위협은 그런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관심을 끌 수 있다. 비록 사람들이 중요한 교훈을 크게 깨닫지도 못했고 결과를 피하려고 유의미한 행동을 거의 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 저자소개
○ 저자 : 누리엘 루비니 / 경제학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로, 현재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로벌 거시경제 컨설팅회사 루비니 매크로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겸 회장이며, 투자자문사 아틀라스 캐피털 팀의 수석 경제학자 겸 공동 창립자다.
루비니는 2006년 국제통화기금 세미나에서 주택시장 버블 붕괴, 금융회사 파산 등 미국 경제의 ‘12단계 붕괴론’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에 외면받았던 그의 경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고, 미국에서 시작된 불황은 전 세계를 덮쳤다. 전작 《위기 경제학》은 금융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이후를 전망한 책이다. 이 책 《초거대 위협》에서는 부채 증가, 경기침체, 통화 붕괴, 고령화, 지정학적 갈등 등 오늘날 전 세계에 드리운 위기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한다.
이전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국제문제 수석 경제학자였으며, 미 재무부 국제문제 차관의 수석고문을 지냈다. 또한 경제연구소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이코노미스트〉에서 경제학 부문 최고의 웹 리소스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그동안 거시경제 문제와 관련한 여러 논문을 발표했으며, CNBC, CNN, 야후 파이낸스 등 다수의 매체에 출연했다. IMF와 세계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에서도 그의 자문을 받고 있다. 국제문제 오피니언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는 매달 그의 칼럼이 발행된다.
뉴욕대학교에 부임하기 전에는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코니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 중이다.
지금까지 “상상빌더”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제위기 #경기침체 #통화붕 #,초거대위협 #누리엘루비니